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 (2013)
실뱅 쇼메
★★★☆
애석하게도, 인간은 기억한다.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이는 삶의 단편이 되어 자리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억은 선별적이라서 어떤 기억은 매일 매일 상기되지만, 어떤 기억은 저 연못 깊은 곳에 잠겨 있다.
주인공 폴은 두 살에 부모를 잃었다. 그 충격으로 말을 하지 않으며 이모들에 의해 쳇바퀴처럼 피아노만 치며 살아간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마담 프루스트의 정원에 가게 되고 그는 잊고 있던 기억을 하나 둘 씩 마주하게 된다.
마담 프루스트의 말처럼, 연못의 수면 위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미끼를 던지면 흐릿하게나마 보인다. 기억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끔 하는 영화였다. 사람은 저마다의 상처를 앓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깊던 얕던, 상처는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를 공격한다. 폴의 경우는 상처로 인해 감정이 메마르고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의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은 그 아픈 기억을 조우하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결코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억은 왜곡될 수 있다.
그는 십수 년 간 콩쿠르 무대에 올랐지만 우승한 적이 없었다. 그의 마지막 청년부 콩쿠르에서, 그는 가장 아픈 기억에 등장하는 개구리 밴드를 만난다. 그리고 그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결국 우승을 거머쥔다. 이는 이전까지는 폴이 감정 없는, 일종의 기계에 불과한 연주를 해왔음을 의미한다. 청년의 끝자락에서 그는 아픔을 기억으로 치유하며 메말랐던 유년 시절, 청년 시절을 끝마치고 새로운 `폴`을 마주하는 것이다.
끝내 폴은 부모의 사고까지 목격하고 말지만, 마담 프루스트의 조언대로, 온전하게 그를 위한 삶을 살게 된다. 우리는 기억 속에 갇혀 발길질 하고 있다. 그런 우리 모두에게 마담 프루스트는 말한다. 너의 인생을 살아. Vis ta vie. 이모들의 강요에 의한 피아노가 아닌 자의로 택한 우쿨렐레처럼.
* 주제 선정은 탁월했으나 그에 비해 미약한 연출. 화려한 색감으로 가득 찬 미장셴은 2시간 정도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꽤 괜찮은 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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