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플래쉬 (2015)
데이미언 셔젤
★★★★
비예술가의 입장에서 바라본 예술은 낭만적이다. 예술가는 심미적 자세로 작품을 창작해낼 것만 같다. 실제로 재즈 드럼을 전공했던 감독, 데이미언 셔젤은 "NO"라고 답한다.
위플래쉬는 예술가의 민낯을 보여준다. 성공하기 위해서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마다하고 드럼에 집착하는 네이먼.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승리를 쟁취해내야만 무대에 설 수 있는 스튜디오 밴드. 상냥하게 가족 관계를 물어봤다가 그대로 패드립에 사용하는 폭군 플레처. 흔히 영화에는 두 개의 드럼이 있다고들 한다. 하나는 네이먼이 치는 드럼 - 나는 이것을, 네이먼이 스스로 예술적 재능을 이끌어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고 또 다른 하나는 플레처가 두드리는 `네이먼`이라는 드럼이다. 플레처는 제2의 찰리 파커를 만들겠다며 네이먼을 끊임 없이 두드린다. 욕하고 모욕하고 끊임 없이 자극한다. 이에 상응하여, 네이먼도 갈수록 음악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네이먼은 광기 서린 연주를 보인다. 사실 이전에도 플레처에게 인정받기 위해 연습하는 장면을 본 관객이라면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광기어린 예술혼`을 텍스트가 아니라 연기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어떤 영화인지 설명을 단 한 줄도 읽지 않고 음악 영화라고 하여 무작정 플레이를 눌렀던 영화이다.
라라랜드를 보면서 느끼긴 했지만 데이미언 셔젤은 영화를 참 잘 만든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환상보다는 그 이면을 낭만적으로 풀어낸다. 촘촘한 연출도 한몫한다. 영화에 네이먼이 등장하지 않은 씬은 단 하나도 없다. 네이먼의 입장을 따라가며 어느새 관람객은 그의 미친 집착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처음에는 하얀 옷을 입었던 네이먼은 마지막에 검은 옷을 입고 카네기 홀에 오른다. 네이먼은 제2의 찰리 파커라 칭해도 손색이 없을 연주를 선보인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플레처는 입을 보이지 않는다. 플레처는 분명 인식했다. 네이먼이 제2의 찰리 파커라고, 자신이 원했던 그 경지에 올랐다고. 하지만 기뻐하는지 화가 났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데이미언 셔젤의 영화가 아름답다. 그는 절대 우리가 원하는 대답을 주지 않는다. 현실은 녹록지 않음에도, 우리는 예술에 대한 저마다의 동경과 환상을 가지고 살아간다.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낭만. 그 마지막 낭만을 그래도 셔젤이 깨부시지는 않았다. 아마 네이먼 또한 스스로 생을 마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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